나의 이야기

初 雪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12. 7. 10:08

 




              初 雪


               

              내가 나를 몰라 볼때쯤

              시간은 허공을 맴돌꺼야

              서울역 시계탑 비둘기

              갈곳잃고 칼바람 맞을때

              공원 벤취에 노숙자의 삶이 시베리아 백단숲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숲은 겨울내내 운다

              중앙공원 길가던 아주머니 지갑에서 만원짜리 지폐꺼내

              따신밥 한끼 하라며 건네고 가네

              노숙자 연신 고개를 숙이는데

              한폭의 풍경이다

              가던길 뒤돌아보며 나는 왜 저 생각을 못하고 지나쳤나

              후회하는 마음 가득하다

              히끗히끗 눈발이 날리네

              봄여름가을겨울 중앙공원 벤취가 종일 쉼터인 노숙자보며

              눈쌀 찌푸리던 사람들은 다 지옥 갈꺼야

              나도 물론 예외는 아니지

              저 사람이 염라대왕으로 취임하면 다 죽는거지 뭐

              자꾸 그 광경 뒤돌아보다 사철나무 가지를 들여 받았네

              올들어 이 동네 초설이 내리는데

              북풍까지 불어 살을 에이네

              되돌아 오는길 아까 그 노숙자 여직 웅크리고 앉아있네

              따신 밥은 먹었을까

              나의 시간은 허공에 있고

              비둘기의 시간은 헛돌고

              노숙자의 시간만 온전히 살아있네

              初雪이다

              만고에 흩날리는 瑞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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