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8. 22. 19:36


비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자전거를 끌고 나선다
비는 오다 말다 안개비를 뿌리고 관악산 꼭대기
연주대는 구름에 가려 간 곳 없다
천변길은 비에 젖어 미끄럽다
기어를 변속할 때마다 물새 울듯 끼룩거리는 동체가
활주로를 자꾸 벗어난다
다행히 평일 비 오는 날이라 인적이 드물어 다행이다
양재 여울목을 지나 쌍룡 마을 쪽으로 난 길은
아이의 눈동자처럼 반짝인다
터널을 두 번 지나고 우거진 숲길로 들어선다
개울에 텀벙거리던 아이들의 입술이 파르스름하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자 한기가 종아리를 타고
정수리까지 오른다
청계 물이 비 온 끝이라 아우성치며 요란스럽게 흘러간다
양재천과 합쳐 잠실 하류로 흘러드는 물은 강이 된다
그리고 바다로 간다
한강 하류와 서해와 태평양과 대서양의 품으로 간다

휘몰아친 폭우로 갈대들이 눕고 해오라기 졸음 오는 오후
해는 져서 어두운데
허적허적 걸음을 돌리는 이륜 자전거는 목적지를 기억할까ᆢ
그만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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