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낯선 곳에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6. 17. 11:00

 

 



낯선 곳에서

 


내가 왜 여기와 있을까
사방을 둘러봐도 낯선
이방의 땅 외딴곳 같다
기억 잃은 사람처럼 한 동안을
멍하니 서 있다
낯가림처럼 이 생경함이 도대체 무엇일까

내 동네에 왜 딴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을까
나는 왜 길을 잃었을까
양자강, 연길 냉면 간판이 들어서 있는 골목길을 걸어간다
식료품점 가판대에 동남아에서 온 농익어 벌어진

두리안 냄새가 진동한다
여기는 분명 이방의 변두리가 분명하다

낯선 눈빛, 낯선 얼굴들
낯선 거리를 걸어간다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려놓고
이젤 위에 캔버스를 얹는다
나이프로 오일을 마구 덫 칠한다
추상화 한 점이 탄생했다
자화상을 닮았다
낯선 집, 낯선 방

성주 참외 단내가 올라온다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
초 여름의 화실
초로의 그림쟁이가 앉아있다
귀 잘린 고흐의 꾸부정한 모습으로
긴 칼로 수박을 절단한다
가나안의 젖줄처럼 풍요로운 체즙이 흐른다
비와 풍요의 신 바알의 은혜로운 선물이다

긴긴밤 쫓기는 꿈을 꾸고 일어나 긴 호흡을 한다
아, 한바탕 혼쭐을 나고나니 이승이다
그리고 그 낯선 거리는 사라졌다
여기는 아직도 남의 동네 한 복판
헬로, 사와디 캅,
크림트와 쉴레,
살라 마리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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