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닮은 남자
어디서 본 듯한 남자가
징검다리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술은 와인병을 닮았는데
어디 産인지는 모르겠다
왜 혼자 병나발을 불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늘엔 하현달이 떠 있고
그 남자 반딧불이 잡으려고 허우적 대다가 냇물에 빠져버렸다
허우적거리다 그냥 편히 누워 버린다
하늘엔 별이 총총거리고
술병은 둥둥 떠내려가 버리고
흠뻑 젖은 사내만 혼자 누워
별과 달을 보네
그 호기가 부럽다
시인에게
달과 별과 시냇물은
떨리는 소름과 같은 것이니
그것에게서 움트는 눈을 홀로 틔우는 것이다
그 남자는 오늘도 홀로 달빛 아래 앉아 흘러가는 술을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