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少慾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8. 24. 20:07

 

내 정원의 크기는 삼만 평쯤 되는데
유유히 한 바퀴 돌려면 한 시간쯤 걸린다
저녁 산책으로 둘레길을 걷다 보면 
새의 울음, 늦매미 소리,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고요와 침묵이 함께 걷는 호사를 누린다

장마가 끝나고 나니 가을
모기가 극성이다
쪼끄만 게 맵고 독하다
폭염으로 한여름엔 보이지 않더니 
폭풍우가 물러가니 왕성한 활동을 한다
걷다 보니 팔뚝과 발목이 따갑고 가렵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뚜러 진다는 말도 옛말이다

어느새 감나무 잎이 색깔을 바꾸고
단풍나무 잎도 푸른빛을 잃는다
인생의 가을도 단풍잎을 닮는다
밭 벼 나락이 노랗게 익어 구수한 향기가 난다
약 안친 벼 밭에 메뚜기가 날아다닌다

정원 개울 소리가 청아하다
산사 풍경소리도 은은하게 들려온다
개운사 염불소리가 어스름 저녁을 불러들인다
걷다 보면 저 세상인 듯싶다
세상은 시끄러운데 나의 정원은 늘 고즈 녘 하다

쉼터에 앉아 가져온 커피를 딸아 마신다
커피 향이 향기롭다
낮을 몰아낸 어둠이 세상의 밤을 밝혀온다
우주의 밤은 또 다른 낮인 것을 알고 사는 사람이 많이 있을까

세상은 그저 밤 아니면 낮인 것을ᆢ
나는 그럭저럭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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