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였던가
나의 몸을 비누칠해 닦아 주었던 사람
겨울 밖으로 거친 파도가 몰려와 방파제를 덮치던 날이었던가
풍랑으로 길을 잃고 난파된 뱃전이었던가
나도 모르게 그 세월이 모두 지나갔다
그리고 남겨진 손바닥 문신으로 이 세월을 견디며 살고 있다
대체 누구였던가
나의 성기를 만지고
나의 겨드랑이를 침범해 하얀 비누 거품을 뽀얗게 낸 사람
그 사람은 나의 몸뚱이에 자기 그림만 맘껏 그려놓고 가버렸다
바다새 한 마리 곤두박질 치는 암울한 밤바다에서 나는 홀로 떠 다닌다
그해 겨울 강릉은 춥고 허기졌다
百里를 걸어 무작정 들어간 노포에서
술은 뜨겁고도 차가웠다
그 밤 겨울처럼
그밤 나의 몸은 범벅이 된 거품으로 아이스크림처럼 잘게 녹았다
그리고 백 년 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
알 수도 있을 것 같은 사람의 손길이 꿈속 벽화처럼 남아있다
그해 겨울은
마른 몸처럼
고춧대인 양 깡말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