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디가 익어가는 유월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6. 1. 09:19



이층 베란다에서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뽕나무 잎이 무성하다
그 가지에 유월의 오디가 까맣게 익었다

집집마다 누에 치던 시절엔 뽕나무가 많았다
징그러운 줄도 모르고 누에 먹이로 뽕 잎 따러 많이 다녔다

유월이면 오디가 여물어 입술과 혀가 온통 까매지도록 따 먹었다
서로 놀리느라 까만 혓바닥을 길게 내밀며 깔깔대며 웃었다
호주머니가 까맣게 물들어 혼도 많이 났다

지금의 잠실(蠶室)은 그 당시 누에 치는 집이 많던 동네다
지금은 한양에서도 부자 동네가 됐다

오디가 익는 유월에는
내 고향은 곳곳에 단내가 풍겼다
그러나 지금 그곳에는 뽕나무 대신 고층 아파트들이 꽈악 들어찼다

누에 치던 마을이
그렇게 외계인들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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