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끝 마을
세월 끄트머리에 서 있습니다
평생을 돌고 돈 길의 종착역입니다
땅 끝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으로
지금 마악 저문 해가 빠져들고 있습니다
해안 쪽에서 비바람이 불어옵니다
곧 비가 쏟아질 모양입니다
그대가 저 바다를 건너갈 때도 비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날 세찬 비가 쏟아졌지요
많이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럴 나이도 됐지요
저도 무릎이며 어깨며 오장육부가 다 성한 데가 없으니까요
억지라도 웃으세요
그러면 통증이 가라 앉는다네요
웃을 때마다 '도파민' '엔도르핀, 다이놀핀' 같은
좋은 호르몬이 나와서 그 아픔을 치유해 준답니다
이 즈음엔 웃을 일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듯합니다
억지라도 TV 코미디 프로라도 봐야겠어요
억지라도 웃어 보렵니다
아프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그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옛날 함께 즐거웠던 날들을 추억해 보세요
그렇게 잠깐이라도 웃어보시게요
저도 온 길 돼돌아가고 있습니다
언제 이 땅끝에 다시 서 보겠어요
마지막 여정이겠지요
석양 무렵에는 모두 다 이렇듯 쓸쓸하답니다
마지막 편지를 쓰면서 부칠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참, 뉴욕에서 박사과정 밟던 외동딸 소연이는 귀국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