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호선 경마장역을 지날 때면
한 무리의 저승사자 같은 사람들이 승차한다
갑자기 전동차 안이 어둠으로 가득 찬다
어두운 그늘들을 한 보따리씩 안고 탑승한 무표정한 사람들
남태령을 넘어 사당역에 도착하면
제 갈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전철 안이 다시 제 빛으로 돌아온다
청약 아파트 입주금을 날린 사람도 있고
개인택시를 날린 사람도 있다
건전한 가족 나들이 스포츠가 투기장으로 변한 지는 오래됐다
누구에게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경마장
오늘도 저승사자 닮은 검은 물체들이
우르르 경마장역에서 내린다
확률도 없는 횡재수를 노리는 사람들은
오늘도 탈탈 털린 채 빈주머니로 집으로 돌아간다
허탈함이 몸에 배어 있다
수렁 같은 배팅장에는 버려진 마권이 낙엽처럼 떨어져 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