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퉁,치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5. 16. 09:53



십년 넘게 소식을 모르던 채무자에게서 소식이 왔다
은혜를 갚고 싶다고 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먹튀를 했겠냐마는
십년도 넘어 다 잊은 일을 상기시키게 만드는  
상황이 즐겁지 만은 않다
영영 잊고 사는 것이 편했을텐데
본인은 갚지못한 채무가 맘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러면 됐다
그런 마음이라니 없던 일로 퉁~ 치자

지금은 살만하다 하니 다행이다
굳이 밥 한끼 대접하고 싶다니
緣이 닿으면 그러자고 했다

그 마음의 채무로 좋은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돈이 속이는 거라서
가까운 사이 일수록  돈 거래는 안 하는 게 좋다
아까운 사람 하나 잃는 일이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에게 사정하고 사기치는 것이 낫다

돈은 꾸어준 사람은 발 뻗고 자지만
빌린 사람은 꿈속에서 늘 쫒기며 살게 마련이다
돈은 더러운 거다

잊지않고 살았다니 마음 고생 많이했겠다
그런 마음으로 살았다니 측은 지심이다
이제 퉁~ 칠테니 편히 잘 사시길ᆢ

십 년만에 채무자에게서 그렇게 속죄의 전갈이 왔다
잊고 살았는데 옛 일을 다시 되살아나게 한다
안 한것 보다는 나은 건가
아니다 그 사람은 죄를 사해주길 바란거다
맘 편히 살고 싶어서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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