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후 햇살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4. 11. 9. 08:33




햇볕이 오후 3시쯤 돼야 거실로 들어온다
서쪽 방향 아파트다 보니 아침에는 북쪽 베란다 쪽으로 해가 온다
오늘이 立冬인가, 아니다 어제 였구나
초겨울 햇살이 봄처럼 따듯하다
그래서 小春이라 했는가

내가 이 계절에 세상에 왔다
겨울로 들어서는 문턱이다
옛날 같으면 추운 계절인데 기후 온난화로 겨울추위는 아직 먼 듯하다
그래서인지 오후 햇살
이 온화하고 포근하다

커피 한 잔 내려야겠다
커피는 마실 때보다 내릴 때
향기가 너무 좋다
해 기우는 오후에는 한 잔의 커피가 제격이다
나른한 오후를 안온하게 즐긴다

화초들이 비로소 오후 햇살을 받아 빛이 난다
그림자가 점점 서쪽으로 기울면
하루도 기울어 간다
곁에 둔 화분들을 보면 즐겁다
푸르게 푸르게 살아가는 화초들이 가족 같다

35년 된 우리아파트는 빛과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놓칠 수 없는 순간들을 즐기면서
한가롭게 커피를 마신다
삶이 빛이 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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