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5. 5. 5. 08:09



낮은 2층에서 매일 뜰악만
바라보다가
전망 좋은 높은 곳에서 먼데를 본다
먼발치로 산과 들, 집들이 까마득히 보인다
땅을 좋아해서 5층 이상  아파트에는 살아본 적이 없었는데
어쩌다가 이럭저럭 말년에 하늘로 이사를 왔다
공중 부양이라도 하는 것 같다

한 때는 일 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 적도 있다
지금은 그래도 이년은 법적 보장을 해주니 다행이다
평생 이사 횟수가 족히 30회가 넘는 것 같다
이 정도면 파란만장한 삶이랄 수 없지 않은가

언제 가는 까마득히 구름 위 더 높은 집으로 이사 갈테니
미리 복습해 놓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땅을 좋아했던 사람이 점점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그렇게 아래를 바라보고 산다
아득히 먼 곳으로 가기 위해서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

바로 앞 산 숲이 푸르다
6월로 가는 길목 녹음이 짙어 갈 것이다
그리고 곧 낙엽이 질 것이다
그리고 산 숲은 하얗게 눈에 덮일 것이다
이렇게 점점 먼 곳을 보며 세월에 시들어 갈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
오늘 아침에는 비가 내리더니
오후부터는 차차  햇살이 거실을 찾아든다
뭐든 멀고 멀기만 해져서
그만 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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