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냄새
정류장에는 세월이 흠씬 묻어있다
지난 가을 지나가다 걸린 낙엽 한장으로
울컥 목울대가 먹먹해 지고
너덜너덜 마지막 잎새처럼 펄럭이는
월세방 구인광고처럼 세월도 그렇게 펄럭인다
모두 목적지를 향해 버스에 오르지만
어디쯤 가는줄은 진정 모른다
세월의 끝을 모르니까
우리가 가는 곳은 어차피 경유지일뿐
세월의 끝은 모르고 가는 거니까
버스가 지나가고 나면 휑한 적막감이 때론 좋다
혼자 남겨져서 좋을때도 있다
구겨진 신문지가 화살나무 가지에 걸려있다
신문지처럼 구겨지면 어떠랴
다음 그리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듯 살면 되는거니까
오래 살다보면 세월의 냄새를 안다
버스 꽁댕이에서 내뿜는 불연소 가솔린처럼
어느땐 향기같고
어떤땐 오바이트(over heat)처럼 울렁거리는
그 냄새를 알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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