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는 늦은 저녁
대공원 산책로에서 팔장끼고 앞서가는 부녀
"아빠 이제 담배피면 안돼‥끊어‥"
"지금 나랑하는 산책이 다 무슨 소용이야"
"독극물을 마시고 있는데‥끊을수 있지? 약속!"
아빠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알았어"…한다
끊고 안끊고가 문제가 아니라
아빠를 걱정하는 딸래미와
딸의 걱정스런 염려에 마지못해서라도
여튼 약속해주는 아빠가 너무 보기 괜찮다
나도 저런 딸래미 하나 있었으면
내 인생이 지금보다 조금쯤은 바뀌었을꺼라는
막연한‥근거없는 생각을 해본다
손잡고 덩실거리며 가는 저 부녀의 산책길
약속이 진정 이뤄지도록 마음깊이 염원한다
나는 누구와 약속할 이조차 없어서
기껏 보건소 직원과 칼바람같은 약속과 감시아래
이태전 담배를 간신히 끊긴 끊었지만
사랑스런 딸래미와의 약조을 지키기위해
끊을수 있었다면 얼마나 더 행복했을까
앞서가는 두 부녀의 산책길이 마냥 행복해 보였다
나는 딸래미가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늦둥이 딸래미 하나
입양 해 볼까나???‥ㅋㅋ
작품: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