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상』
간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들은 능이버섯 회를
귀하게 먹었다
간 사람은 갔지만
산 사람들은 산 소풍을 갔다
"직지사" 대웅전 뒷곁 산 단풍은 수려했으나
막바지 가을 끝처럼 쓸쓸했다
검은 장복의 저승사자 처럼
긴 생을 달려온 사람들 틈에서
향불을 피우고 목탁소리를 부르고
그렇게 놀았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은 허기를 채우며 놀았다
문상객들의 신발은 이미 어지럽고
노란 단풍은 책갈피에 화려했다
그렇게 소풍 다녀왔다
<김천 직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