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키 작은 남자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5. 1. 17. 04:46








            키 작은 남자 / 김낙필


            제겐 조금 만 주세요

            많이 줘봤자 담을 그릇도 없는

            평수 작은 사람 입니다

            가난하게 평생 살다가

            좋은걸 보면 변할까도 두렵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이별할까 걱정스럽습니다

            배가 부르면 걷기도 힘들고

            두손가득 넘쳐버리면 다 부질없이

            스러져버릴 것들인데

            쌓아두려면 어깨만 무겁네요

            그릇이 애초에 종재기 만하게 생겨나서

            무어든 넘치면 겁이 납니다

            제겐 한끼만 주세요

            지금처럼 돈 안드는 노래나 부르고

            시나 쓰고 방랑이나 하며

            그럭저럭 살다 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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