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미역국을 끓이다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5. 2. 6. 16:06






              미역국을 끓이다 / 김낙필


              철야하고 들어온 아이의 미역국을 끓인다

              그리고 밥솥에 하얀 햅쌀도 앉혔다

              아이가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먼 우주에서

              이 세상에 온 날이다

              물론 억겁의 인연을 부정할수는 없겠다

              내게로 온 것도 그 애의 숙명이려니

              옛날에 날 낳고 손수 끓여드신 어머니표

              미역국 레시피로 국을 끓인다

              불린 미역을 볶다가 쌀뜨물을 붓고

              채썬 마늘을 넣고 조개젓, 조선 간장으로만

              간을 했다

              빈약한 이 미역국이 그 애에게 전달할수 있는

              최소한 내 마음의 성의 표시이다

              얘는 지금 곤히 자고 있다

              새벽녘에 카톡으로 축하 메세지와

              이모티콘 두개를 벌써 쐈지만

              뭔가 작위적이고 부족한듯 싶어

              하얀 이밥 한사발과 깔끔한 미역국 한대접을

              만들어 먹이고 싶었다

              잠깨어 일어나면 먹어라

              애비가 해주는 가난한 마음의 표시이니

              흔쾌히 받거라

              그리고 의사에 상관없이 왔다하더라도

              기왕 왔으니

              착하고 슬기롭고 강건하게 살아줬음 좋겠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