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색의 무리들은 의문의 벽에 박혀 있었다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5. 2. 1. 08:34








          색의 무리들은 의문의 벽에 박혀 있었다 / 김낙필


          구겨질 휴지가 아니다.그래서 살아내는 것이다.날다 떨어진 새가 아니다.지축을 걸어다니는 벌레다.그러니 세상이다. 차마 내가 먹다남은 밥을 네게 줄순없다.색의 무리들은 의문의 벽에 깨알처럼 박혀있다. 바라던 대로 잿빛 하늘 흑비가 내린다.

          마을의 사냥꾼들이 먹이를 찾아 헤멜때 우리는 마지막 사랑을 나눈다.검은비는 몇년째 내려 사물들을 장님으로 만들었다.불이없는 도시는 온통 끈적한 습기뿐이다.빗자루를 타고 서쪽 하늘로 날던 마귀 할멈이 떨어져 애를 낳았다.그 자손들이 퍼져 세상이 생겼다. 묘한 일이다.온통 꿈꾸는 자들의 꿈꾼 흔적뿐이다. 구겨진 시간의 흔적들 사이로 그대와 내가 간다.간혹 비웃듯 스쳐가는 화살의 시공으로 들어가 촉의 방향을 틀어본다.애매한 축생들만 죽어 나자빠진다.사요나라‥사요나라‥삿뽀로의 겨울은 죽은자들이 눈이되어 내리는 도시.너는 아는가.우리도 붉은별의 나라에서 간음을 했다는 사실을.붉은 군대는 이미 서방의 나라로 도망가고 육질이 단단한 염소들이 점령한 나라를 우린 스스럼없이 여행 했었지.칡흑같이 어두운 주점을 찾아 은빛 비둘기를 굽고 칭따오 맥주를 마실때가 실은 우리에겐 제일 행복 했었지.돌아오는 어둠의 인도위에서 우린 모두 살해 당했다네. 보도 블럭에 그린 핏빛지도는 '엘도라도'로 가는 '죤웨인'의 가죽가방에 들어가 있을껄.우린 그렇게 미로처럼 슬며시 모르는척 지나쳐가지.비웃지 말게나.걱정하지도 말게나.힘들게 기억할 필요도 없고 미안해 할것도 없다네.우린 사약을 먹고도 살아 남지않았는가.신기루 무지개는 너무 화려해.면도날을 세우지 말게.팔목 가까이 대지 말게.

          <피의 깃발>

          붉은 바탕에 노란별 하나

          그 아래 한가로이 물소가 풀을 뜯고 있다

          호수도 여유롭고 야자수 그늘도 한가롭다

          구름산 아래

          붉은기만 바람에 펄럭이며 분주하다

          그리고 나머진

          다 한가롭고 여유롭다

           

          우리는 그 흑비 속에서도 용케 사랑을 하고

          애를 낳고 살아 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