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 이르면인생이란 얼마나 짧고 허망한 일인지 안다늙어본 이들만 아는 절망과 아쉬움을 안다덤으로 부질없음도 안다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다고난과 고뇌가 행복한 길이었음을 안다이곳에 이르러 인생이 아름다운 시절이었음을비가 오고 눈이 오고 계절과 시절을 보내며 울고 웃었던 세상이 천국이었음을 깨닫는다우리의 수많은 벼랑이 천사의 날개였으며천둥과 번개가 음악소리였지 않은가수천번 태양이 뜨고 가라앉고 파도가 밀려가서 만든 수평선 위로 꽃이 피고 졌다그렇게 세상을 살고 가는 거다오늘 연명치료 포기각서를 쓰고 왔다죽는 날 더 살고자 몸부림치는 것은 추례하다죽을 때를 알고 쉬이 가는 것이의연한 죽음이다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들은 남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