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집 / 김낙필 나는 저 산등성이를 넘는 바람 깃털구름을 밀고 저어새를 멀리 날게 하고 미루나무 끝 때까치집에 선풍기가 되는 그런 바람 밤마다 홀로 별을 헤고 펑펑 울어도 괜찮은 무심한 밤 마음은 깊은 바다에 두고 높은 하늘에 집을 짓는 바람 절벽을 오르다 풍란초를 만나면 거기잠깐 머물고 사시사철 은비늘처럼 퍼득이다 스러지는 바람 내 가슴 한켠 방 하나가 비었습니다 임대료없이 들어와 살 사람 찾습니다 바람처럼 집 지켜줄 사람 무자비하게 채여본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삼박사일 꼬박 울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시를 좋아하고 비를 좋아하고 호박전을 잘 부치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돈 꿔달라면 딱 부러지게 거절 못하는 어리숙한 사람 이리저리 다 뜯기고 뼈만 항상하게 남은 사람 그래도 신발까지 벗어주는 멍청한 사람 시집 한권이면 하루종일 잘 노는 사람 앓아도 약도 안먹는 사람 이런 사람 찾습니다 갱기도 괴천시 바람로 하늬바람 아파트 13동 9802호 네비에는 안 나오는 주소니 남태령 넘어 물어물어 오시길 오실땐 노란 장미 한송이 사 오시고 눈보라도 데려 오시고 비바람도 같이 오시고 계단 없는집 98층, 마법의 콩나무를 타고 올라오시길 남태령을 넘을땐 호랑이 조심 하시고 물안개 너머 아득한 과수원길 지나 두런두런 할매들 팔각정을 지나 바람들이 모여 사는 곳 하늬바람 아파트 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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