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흐린날
나는 길을 가면서 본다
보도 블럭위에 개미나
새수깡 봉지나
돌맹이 한개가 다 생명이 있다는걸
시커먼 껌자국이 나를 보고 웃는다
수없이 밟혀도 그져 웃는다
비온뒤 천변길을 가로 지르는 달팽이
참 무모하다
자전거 바퀴를 피해가며 죽기를 작정하고 간다
3박 4일이면 건너 가겠지
흐린날은 불쌍한 것만 보인다
나도 불쌍해 보이고 너도 불쌍해 보이고
온갖 것이 불쌍해 보인다
사람들은 이런날 15층을 올려다 본다
달팽이는 살아서
아직도 그 길을 가고 있을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긴 머리를 자르고 / 김낙필 (0) | 2015.09.05 |
---|---|
하루 사는 새 / 김낙필 (0) | 2015.09.04 |
사랑은 이별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 김낙필 (0) | 2015.09.01 |
커피가 식어가는 저녁 / 김낙필 (0) | 2015.08.30 |
그리움은 모질고도 질긴 병이다 / 김낙필 (0) | 2015.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