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꽃을 든 남자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6. 6. 23. 09:02

 



                    꽃을 든 남자

                     

                    평생 누구에게 줘 본적 없는 꽃을

                    주러 갑니다

                    전철을 타고 다시 갈아타고

                    꽃 배달을 가는 남자

                    손에는 주소와 폰번호가 적힌 메모장을

                    꼭 움켜쥐고 간다

                    꽃은 담배값이 되고

                    서울 막걸리가 되고

                    손녀의 과자 봉지도 되고

                    늙은 아내의 고등어 반찬도 돼서

                    마냥 대견하기만 하다

                    양손에 화분을 들고

                    바쁜 걸음으로 총총히

                    꽃주인을 찾아가는 남자

                    꽃을 든 남자

                    오늘을 사는 노년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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