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술한잔 하실래요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1. 15. 09:30

 



                  술한잔 하실래요

                   



                  골목 어귀마다 불이 켜지면

                  어깨 늘어뜨린 얼룩말들이 모여든다

                  소매마다 눈물이 흥건해서 강을 이루고

                  포구마다 떠나온 배들이 매여있다

                  오늘은 명성호가 보이질 않는다

                  얼마나 멀리갔길래 돌아오질 못했을까

                  명태도 멀리 떠나서 배들도 그들따라 멀리 떠나간다

                  얼룩말의 무늬가 더해가듯 선술집 탁자에

                  새겨지는 사연들도 깊다

                  어제 강화호가 북망산으로 떠났다

                  탁배기 한사발 들이키며 배들이 함께 울었다

                  말울음 소리로 울었다

                  세월, 넘지못할 벽앞에

                  배가 닿고 떠나고 하는 일

                  사람이란 배

                  오늘도 홍등가에 배들이 정박한다

                  술한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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