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장승처럼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11. 19. 08:30

 





                    장승처럼

                     



                    선암사 승선교를 지나

                    깊은 가을로 들어가 보라

                    강선루에서 신선과 풍류를

                    즐겨 보시라

                    인생 뒷편 고즈녘한 저녁이 오면

                    기다릴 사람없고 찾아갈 이 없는

                    호젓한 그 길 걸어보라

                    살다살다 힘겨운 날

                    선암사 뒷뜰 절기둥에 기대어

                    하늘 한번 보고 땅 한번 보고

                    쓸쓸한 발끝으로 그대 이름한번

                    끄적거려 보라

                    그리 돌아 돌다리 건너 내려오는 길

                    뒤돌아 보지말고 슬픈 눈으로

                    개울가 돌맹이 한번 쳐다보라

                    그럼 신선처럼 몸이 가벼우리니

                    무저갱 우물처럼 깊어지리니

                    고목나무나 장승처럼 서서

                    후회를 떨고 잃은것 없이 고요히

                    내려 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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