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당신의 머나먼 섬 5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9. 2. 13:30

 



                당신의 머나먼 섬


                 

                책갈피속 메모의 주인공들에 조우는 결국 확인하지 못했다

                아츠코와 입국장을 나서자 소무이도 쪽에서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로 접어들고 있었다

                광역 리무진 정차장에도 대부분 지역의 막차는 떠나고 없었다

                "샘은 어떻게 가세요"

                "시내로 가는 전동차도 끊기고 광역버스도 지방가는 편만 남았거든요

                어쩌실꺼예요?"

                "글쎄요 택시 이용밖에 없겠는데요"

                "아츠코는 어디로 가실꺼예요?"

                "샘ᆢ 기왕 이리되신거 시간되시면 저랑 술 한잔 하시는건 어때요?"

                "저는 강릉가는 막차를 탈건데ᆢ

                동해에 아는 언니집에 몇일 쉬러 가거든요"

                "저랑 강릉가서 같이 술 한잔 하실래요?"

                ......

                캐리어를 짐칸에 실고

                우리는 강릉가는 막차 운전석뒤 두번째줄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강릉가는 막차가 타자마자 출발했다

                그녀는 창가쪽으로 앉아 어두운 창밖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소등한 차안은 어두웠고

                영종도를 빠져나가는 밤바다

                어둠속에 고깃배의 점등들이 깜빡 이고 있었다

                운서역쯤 지나자 그녀의 오른손이 살며시 무릎위 내 왼손을

                끌어다 포개 잡았다

                너무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미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손을 잡고도 어둠속에서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는듯 했다

                물론 갑작스런 상황에도 우린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그냥 물처럼

                흘러 들었다

                너무 자연스러운 행동에 전혀 당황스럽지 않았고 오히려 답례로

                잡은손에 잠깐 힘을 주었다가 살며시 풀어주었다

                그녀의 손은 예상외로 차거웠다

                "선생님 손은 참 부드럽고 따스하네요"

                "손이 뜨거운 사람은 마음이 찬 사람이라 던데ᆢ"

                "반대로 손이 찬 사람은 마음이 뜨거운 사람이라던데요"

                "샘 그게 맞나요..ㅎㅎ"

                "그거 옛날 흘러간 멜로영화 "그대의 찬손"에서 나오는

                대사 같은데요"

                "어머 그 영화 보셨어요?"

                "저 여섯살때쯤 언니가 떼쓰는 절 억지로 데리고 가서 본

                영화인데요?"

                "언니는 어린애 델꼬 야밤에 영화관 다닌다고 엄마한테 엄청

                구사리 들었는데..ㅋㅋ"

                아~우린 옛날 사람들 이구나

                그렇게 각자의 손은 서로의 마음을 뎁혀가고 있었다

                어둠속 풍경들을 지나 얼마후 서울시내 외곽로를 통과할때쯤

                그녀는 어느새 내 어깨에 기대어 새근거리며 잠들고 있었다

                입국장에서 콧물이 난다며

                준비해온 감기약을 먹었으니

                그안에 수면성 약성도 들었을 것이다

                감기 기운탓인지 내쉬는 그녀의 콧김이 가슴께에서 다소 뜨겁게

                느껴졌다

                그녀의 머리결에서 옅은 라벤더향이 났다

                나도 옅은 잠을 오가며 그녀의 손을 살며시 풀어 그녀의 무릎으로

                옮겨 놓았다

                손을 잡고있기에 자세가 조금 서툴고 불편했다

                그렇게 자정을넘어 12시 20분쯤 버스는 강릉터미널에 도착했다

                여남은명의 승객들이 캐리어를 끌고 바쁜듯이 제각기 뿔뿔이

                흩어졌다

                자정을 넘긴 시각이라 우리도 서둘러 인근도로 근처의 모텔을

                찾아서 들어갔다

                설잠든 모텔 카운터 안내인을 창문을 두르려 깨웠다

                3층 객실에 짐을 풀어놓고 우리는 좀전에 오다가 발견한 모텔옆

                24시 해장국집을 찾아 들어갔다

                주인은 유선방송인지 모를 TV 심야극장 영화를 보고 있었다

                선지 해장국하나 곰탕 한그릇을 각각 시켰고 수육 한접시와

                빨깐딱지 소주 한병을 시켰다

                "샘 원샷 입니다 ㅎㅎ ᆢ"

                허기진 속에 뜨거운 국물과 소주 한잔이 들어가자 온몸이 확

                풀리는듯 했다

                "감기약 먹으면서 술 드셔도 괜찮겠어요? "

                "나고야에서도 콧물감기 걸리면

                한식 식재료집에 가서 소주에 고춧가루 왕창넣고 끓인김치

                콩나물국 먹고 땀내며 자면 아침되면 대충 낫던데요?"

                "그게 훌륭한 치료법은 아닐듯 싶은데요 ㅎㅎᆢ"

                우린 이런저런 사는얘기, 문학얘기, 작품얘기를 하며 새벽까지

                주고받으며 술을 마셨다

                원래 소주 반병이면 취하는 내 주량에 많이 오버를 한듯 싶었는데

                그녀는 나보다 훨씬 술을 잘마시고 주량이 강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술 마시는 조상이 한분도 안계시고 형제들도

                술마시는 사람이 없었다

                알콜 분해능력이 젬뱅이고 간장이 약해 그쪽으로 탈이나서 대부분

                돌아가셨다

                나는 그나마 교우관계 유지 차원에서 술자리를 좋아하게됐고

                술을 조금이나마 마시게 됐다고 볼수있다

                새벽녁 모텔로 돌아온 우리는 누가먼저 뭐랄것도 없이 더블침대에

                섞여 골아 떨어졌다

                수연도 지금쯤 깊은잠에 빠졌겠지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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