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암포
주말 연속극 '한번다녀' 에서 서해 바닷가 해변이 나왔다
내고향 학암포 그곳과 닮았다
살면서 외롭고 허전할때면 태안반도 그곳 해변에 앉아
한나절쯤 밀려오는 물결을 바라보다 오곤 했는데
근래에는 외로울 새가 없었는지 다녀온지 족히 십여년은
지난듯 싶다
아무도 없는 해변에 물이 빠지면
쭈꾸미도 잡고 조개도 잡곤한
그때를 추억한다
유년시절엔 어른들 따라 물때맞춰 야밤에 횟불들고 뻘에나가
낙지도 잡고 게도 잡아오곤 했는데
그 어른들 모두 다른 세상에 계시고
내가 어느새 그 어른들 나이를 훌쩍 넘어선 시절이 됐다
포구 고깃배에서 잡아올린 생선을 사다 식당에서 매운탕을
끓여먹으면 꿀맛 이었는데
슬며시 입안가득 군침이 고인다
잔잔히 밀려왔다 밀려가는 물결에 온갖시름 떠나보내고
돌아오는 길엔 늘 가슴 한켠이 후련해서 좋았는데
그곳을 잊고 지낸지가 꽤 오래된걸 잊고 살았다
그냥이라도 날 잡아 한번 다녀와야 겠다
저 바다는 날 오라해놓고 아는척도 안한다
한나절을 앉아 있어도 鶴은 날아 오지 않았고
포말만 들락날락 거린다
나는 새 한마리 없고 죽은듯 정지한 수평선 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바람 한줄기 내달아 상념을 깨고 달아난다
햇살 가득한 해변위로 물비늘이 반짝이고
포구가 나를 위로한다
괜찮아ᆢ
괜찮아ᆢ
괜찮아ᆢ다 좋아 질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