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섬(시놉시스)
아버지 고상태 어머니 정은비
딸 고율희, 윤희 아들 준희
파키스탄 인부 석득이와 만복이
절절끓는 여름 한복판에서 초가을녘까지 이섬 정상 분지에는 이름모를 노란 섬꽃이 지천으로 피는데
그 꽃 주위에는 수천,수만의 나비들이 꽃술에 꿀을 먹으려고 한도 끝도없이 모여든다
그래서 이곳을 나비섬이라고 불렀다
오늘 나는 소금 창고에서 짐승 하나를 독살하고 뒷산에 묻었다
인부들이 낚시로 잡아 가져온 부시리 매운탕에 복어알과 내장을 섞어 끓여놓고 집을 잠시 나와 있었다
짐승은 술에 취해 잠들었지만 온몸 에 복어 독이 퍼져 끝내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지 못했다
나는 파키스탄 인부들과 함께 아무도 모르게 뒷산 늪지에 아무도 모르게 매장했다
인부들에게는 삼백만원씩 수고비를 주고 짐승은 서울 출장간거라고 입막음을 시켰다
그리고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억류돼온 그들이기에 자유의 몸으로 뭍으로 나가게 해방시켜 줬다
그 짐승은 애들의 아버지지만 나와는 철천지 원수지간 이다
이튿날 나도 전마선을 빌려타고 서울 홍은동 내 옛집을 찾아 홀연히 떠났다
나는 대학교 삼학년때 스물 한살 나이로 귀갓길에서 어떤 짐승에게 겁탈 당한채 납치 당했다
소금 창고에 삼년을 감금 당하면서 딸둘, 사내아이 하나를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낳고 말았다
소금 창고는 남도끝 고흥반도 어느 이름없는 섬이라 외부와는 소통이 전혀 안되는 감옥같은 곳 이었다
그렇게 삼십오년을 섬에서 짐승과 애를 키우며 살았다
아이들은 번듯하게 장성해서 도회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큰애는 군청 공무원, 둘째는 통역사, 셋째는 회계사 시험에 붙어서 대기업 재무팀에 근무하고 있다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아이들을 낳았고
내 운명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한 짐승의 의도대로 희생당하며 살아졌고
밥하고, 빨래하고, 소금밭에서 노동하고, 아이들 양육하며
오십대 중반을 넘겼다
굴욕적인 삶이었다
탈출을 시도하다 여러번 잡혀왔고
그때마다 출입도 못하게 토굴에 갇혀 굶고 지내야 했다
소원이라면 짐승이 빨리 늙어 병들어 죽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자식들에게는 차마 이런 엽기적인 사연을 발설 할수가 없었다
알려지는 날엔 칼부림으로 식구 전체가 살육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짐승을 살해할 생각도 여러번 해왔다
기회를 여러번 놓치고 사전에 번번히 계획을 들켜 버리곤 했다
다행히 때리진 않았고 감금만 당했다
그는 어떤 나무라는 말도 당부의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가둔채 묵묵히 인부들과 소금밭 일에만 몰두 했다
삼년후 나는 살인죄로 체포되어 삼년을 복역했다
자식들과 인부들의 증언으로 정상 참작이 된 덕분이다
감옥살이 이후 옛집을 찾아갔으나
동네가 온통 다 아파트촌으로 변해 버려서
옛집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었다
수소문 끝에 부모님의 행방을 알아냈으나 두내외분 께서는 외동딸을 잃은후 삼년동안 고통과 상심끝에 삼십년전에 이미 캐나다로 이민을 가셨단다
나는 어디로든 갈곳이 없었다
탈출을 꿈꾸던 지옥같던 그곳
내집 소금창고로 다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같이 살기를 원했지만
나는 원수의 자식들과 같이 살기가 싫었다
그리고 누가 시키지도 않는 소금밭에서 다시 일하고 있다
운명은 끝까지 내편이 아니었기에
지옥같은 소금창고로 다시 돌아올수밖에 없었다
방송에 내 사연이 보도되자 캐나다에서 이모님이 찾아오셨다
부모님은 이미 이태전에 한을 품은채 돌아가신 후 였다
한 여자를 파괴시킨 짐승의 이야기를 천천히 시작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