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청담동 리나 언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8. 10. 11:03

청담동 리나 언니

남편이 유럽 출장 갔다 오면서
"휘블로빅뱅" 손목시계를 선물로 사 왔다
롯데백화점 시가 3천2백만 원짜리다
지난번 남미 출장 때는 원산지에서 가공한 블랙
사파이어 목걸이 반지 세트를 사 왔다
3천6백만 원짜리다

청담동 사는 뉴욕 언니는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75억짜리 70평 아파트에서 산다
온통 수입 대리석으로 실내 장식이 되어있고
유리 바닥에는 수조의 열대어들이 유영한다
베란다는 야외 수영장으로 꾸며져 있다
언니는 뉴욕에도 집이 있어서 가을에서 겨울 동안
로맨틱한 뉴욕 생활을 한다
봄 여름만 한국에서 생활한다
남편은 사업 때문에 대부분 해외로 나가 있다
언니는 늘 아프다
도통 나가질 않으니 운동 부족으로 허벅지 근육이
다 빠지고
배달 음식조차 잘 먹지를 못하니 몸이 부실하다
늘 병원 가는 일이 일과다
귀금속 구입이나
신상 명품을 구입하러 나가는 백화점 쇼핑이 유일한
소일 꺼리다
연애를 해본지도 가물가물 할 정도로 희미하다
여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도 이미 오래됐다

재물은 신물이 나고 사람 정이 그리운 요즘이다
마음 주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몸 관리를 안 해서 아랫배가 나오고 허리 사이즈만 늘었다
외출을 안 하니까 꾸미 지를 않아서 꼭 선머슴 같다
비주얼이 이러니 좋아해 줄 남자는 없을 것 같다
서로 비빌 사람이 필요하고 남의 살이 그립다

풍요 속의 빈곤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지만 무기력은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살아갈 의미가 없다
깔끔하게 정리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한강 하류에는 산란철 지금 독이오른 참복이 올라오고 있다
세 마리만 사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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