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철氏
미워하며 산지 20여 년이 넘었다
헤어지지 못한 이유는 사회적으로 남의 눈총을 받기 싫다는 피해의식이 강한 상대편의 이유였다
이 긴 졸혼 기간 동안 자식들도 불편했고 친지들도 불편해했다
이들에게는 많이 미안했고 아주 못된 죄를 지은 셈이다
그렇게 마네킹 부부도 아니고 무니만 부부도 아닌 서류상으로만 남은 남남이 된 우리의 관계다
신뢰성 회복이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굳어져 복구가 어려워졌다
지금은 차라리 남보다도 못한 가벼운 관계다
말조차 섞지 않고 한집에서 숙식을 따로 하는 것도 이젠 이력이 나서 불편한 점이 없다
전혀 성향도 다르고 개인적인 성격이 강한 두 사람이 만나 처음 15년쯤은 잘 참고 살았다
연애기간 8년까지 합치면 23년간은 나름 괜찮은 사이로 지냈던 듯싶다
이 정도 전적이면 나름 좋은 성적이라고 자부하기도 한다
이젠 각자의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 맘대로 하고
서로 참견할 일 없이 자기 위주의 삶을 살아가니 편안하고 자유로워졌다
연애야 각자 알아서 해도 되고
애정행각이 발견돼도 서로 개의치 않는다
이미 부부관계는 끝난 지 오래라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다행히 나는 요리에 관심이 많고 좋아해서 못 해 먹는 음식이란 없다
김치도 잘 담그고
장아찌류도 종류별로 만들고
보리고추장도 담가 놨다
호박죽도 쑤어먹고
식혜에 수정과도 가끔 만들어 먹고
잡채, 콩국수, 감자전, 도토리묵까지 만들어 먹는다
이것이 졸혼 20년 차의 노하우 관록이다
못해 본 일이 거의 없어서 버킷리스트에 적을 희망사항 이랄것도 없다
다만 하나
남은 인생은 세계 각지을 여행 다니며 바람처럼 사는 일이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만 이다
여행 자금은 지난 20여 년간 막일 일하며 덜먹고, 덜 입고, 덜 쓰고 모아논 돈 2억 원가량이 비축되어 있다
주식을 계속했으면 다 날렸을 텐데 다행히 2천만 원쯤 손실 보고 나서 발을 씻었다
그다음은 요양원에 들어가서
움직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하며 남은 命을 다 할 것이다
현재 삶은 언젠가 내가 선택한 결과물이다
미래의 삶은 내가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므로 그 선택이 우리 인생을 결정한다
다음 生엔 경험을 살려
잘못된 선택은 두 번 다시 안 할 것이다
순간의 오판이 평생을 좌우한다는ᆢ 이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