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고 가라는 오랜친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9. 2. 10:15

자고 가라는 오랜친구

고등학교 때부터 밤이 이슥해 헤어질 쯤이면 늦었으니 제 집에 가서 자고 가라는 친구가 있다
헤어지기 섭섭해서 하는 진심 어린 부탁이다
내 집이 지척이지만 자꾸 자고 가라고 한다
수십 년을 그랬지만 한 번도 친구의 請을 들어주지 못했다
나는 그의 요청이 들어주진 못해도 싫지는 않다
저의 집에서 가서 자고 가라는 말은 마음을 담은 훈훈한 말로 들린다

아직도 헤어질 때 집에 가서 한잔 더하고 자고 가라는 친구도 어느새 많이 늙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이 안 와 불편하지만
죽기 전에 친구의 請을 한 번쯤 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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