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소중합니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9. 13. 00:49


소중합니다

미안합니다
꼬깃꼬깃 접힌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주웠다
얼마나 소중 했으면 이렇게 몇 번을 접었을까
초등학생이나 할머니의 용돈일 터이다
경찰서에 신고할 수도 없었고 주인을 찾아줄 길도 없었다
두부 한모, 콩나물 한 봉지, 가지 두 개, 오이 두 개, 애호박 한 개를 사고 삼천 원 남았다
콩나물 김칫국 끓이고
가지 무치고, 된장찌개 끓이고
오이 미역냉국 해서 저녁 식탁에 앉았다
아, 만원의 가치가 누구에겐 껌값이고, 어느 누구에겐 한 끼 식탁도 되는구나

잘못했네요
그냥 이 모든 것이 잘못된듯싶어서
뭔지도 모르고 살아온 날들을 반추해 봅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약 없이도 살았는데
요즘 사람들은 약으로 삽니다
그렇게 백 살까지 살면 뭐합니까 구차할 뿐이지요
어떻게 사느냐 중요하고
행복한 하루가 필요합니다
구겨진 만 원짜리 지폐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래방 1999  (0) 2020.09.15
尊命  (0) 2020.09.13
석득이 날다  (0) 2020.09.12
외 출  (0) 2020.09.11
시절 음식  (0) 2020.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