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그마저도 없이 황량하다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죽어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가슴으로 계절을 맞는다
마음 다스리기 힘든 계절을
어떤 심사로 견뎌낼지 걱정이 앞선다
낙엽 지고 바람 불면 마음의 끈도 떨어져 펄럭일 테고
멀어져 간 사람도 생각날 테니
마음은 오갈 곳 없어질께다
수도 없이 가고 오는 계절 속에 고목이 되어가고
옹이가 박혀도 아픈 줄조차 모를께다
끈을 놓으면 사라질까
시린 손톱 달을 보며 빗장을 풀고 긴 상념에 든다
저기 저 섶다리 밑으로 단풍이 들고 어제가 오늘인 듯
달도 기우는구나
왜가리 한 마리 외발로 긴 시간을 버티듯
마음은 끝 간데없이 공허하고
가을 문턱에는 빈 바람만 들락 거리는데
풍경 한 자락 짊어지고 징검다리 건널 때 성큼
길을 막는 그림자 너는 누구였는가
빈 마음이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