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필립모리스 슈퍼 슬림 블루(8년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0. 8. 11:36

'필립모리스'를 피우는 여자

'필립모리스'를 피우는 여자가 말했다
담배는 마약이 아니라 음식이야
후식으로 이만큼 딱 들어맞는 게 어딧겠어
온몸을 적당히 이완시켜주고 긴장을 풀어주잖아
섹스 후에 피우는 '모리스'는 또 어떤데... 최고지
그 이상의 맛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그 여자는 쓸개를 떼어내고 자궁을 들어내고
폐가 폐선처럼 되었어도 '필립'을 여전히 좋아했다
지금 끊어봐야 30년 후에나 '타르'가 빠진다는데
그때 내가 세상에 과연 존재할까?
끝까지 나는 "필립"과 함께 갈래...
신랑과 헤어지고, 자식과 헤어지고, 친구와 헤어지고
벼랑 끝에서도 늘 '필립모리스'와 궁합이 찰떡같이 맞는 여자
총탄이 어디서 날아와 어디를 관통할지도 모를 황야에서
'크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담배 연기를 날리는 무법자처럼
가을 햇살 기우는 창가에 기대어
그림자처럼 시간이 멈춘 여자
못 끊으면 가망이 없다는데도 똥 배짱으로 고고씽~하는 여자
이젤 앞에는 물감 똥보다 꽁초가 더 높게 쌓이고
캔버스엔 겨울 숲이 고즈녘하게 춥다
떠나고 나면
그 숲에도 꽃이 활짝 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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