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겨울산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1. 21. 23:19

 

 

 

[겨울산]

 


겨울산을 걷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잎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마을이 보이고
자동차가 보이고
사람도 보인다
봄여름 꽉 찬 가지와 잎새들로 가려있던 새로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도 보이고 비행기도 보이고 없었던 사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듯 비워지면 새로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 다
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놓으면 비로소 만져지는 것들 말이다

지난주에는 안보이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
인근 공사장 소음 소리도 들리고
앞산 산새 소리도 명료해졌다
다만 북풍에 신음하는 계곡들의 몸살은 시리다
침대처럼 안락한 낙엽들을 밟고 가는 내 육체는 한없이 가벼웠다
오르다 오르다 지쳐 앉아 쉬는 수명 다한 나무의 그루터기에서 나이테를 세어본다
베어질 나의 나이테는 몇 개 일까

모두 지고 앙상하지만
벗은 나무들이 홀가분하게 쉬는 계절
가지 사이로 시린 낮달이 나를 내려보고
나는 나목들의 안온하고 편한 숨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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