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오후 / 나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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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종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3. 15. 09:09
꽃의 종말
꽃이 시들었다
싱싱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푸석푸석해졌다
꽃 같던 시절은 있었다
나잇살에
잘록하던 개미허리가 두툼해지고
미간도 팔자주름도 깊어지고
눈밑에 세월의 흔적이 깊게 새겨졌다, 문신처럼
애액도 다 말라 황무지처럼
가물었다
꽃의 세월은 잠깐
수레바퀴는 쉼 없이 흘러가고
추한 거울이여
나를 비추지 마라
화무는 십일홍(花無十日紅)
서러워 마라
꽃은 지라고 피는 것
보듬으면 터질 것 같던
나의 시절도 시들었다
가녀린 손도 앙상하다
사과 볼도 앵두 입술도 골이 생겨 깊다
가슴골도 사라지고 엉덩이도 없다
마법의 숲은 겨울이다
마른 가지에 새 순이 움틀까
헛된 희망도 포기한다
나는 립스틱도 없다
바르면 추해서 버렸다
다투어 피는 꽃의 계절이다
사람의 세월만 가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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