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오후 / 나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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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님 동백꽃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3. 18. 22:59
가신님 동백꽃
생강나무 꽃 향기가
마을 언덕으로 내려올 때쯤
언 땅 풀리고 숭어 떼가
물돌 목에 찾아든다
최북단 섬 '교동' 건너편은 이북 땅 배천군이다
개풍, 연안의 실향민들이 건너와 돌아가지 못하고 정착한
회한의 섬 '교동'
그 봄이 슬프다
생강 꽃가지 꺾어
소주병에 꽂아 두면
달디 단 향기가 열나흘은 족히 가는데
그 꽃내음이 황홀하다
무덤가의 생강나무는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는 전령이다
산수유, 매화, 목련보다
먼저 개화하는 으뜸 꽃이다
향기는 어느 향내 못지않다
독할 정도로 강한 향이
미친 향기 같다
생강 꽃이 지고 나면
앞다퉈 터지는 봄꽃들의 향연이다
숭어회 한점 입에 물고
소주 한잔 들이켜면
가신님 무덤가에 퍼지는
꽃 향기가 어지럽다
저 세상 가신님이 오시는 듯
알싸해진다
누운 하늘에 봄볕도 따스한데
그냥
입으로 꽃잎 하나 깨문다
'김유정'의 동백꽃이 바로 이 생강나무 꽃이라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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