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의 노을
늙고 남루해지면
유해한 존재로 남겨진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
훼손된 것들을 위로하고
당한 것들의 최후는 무참해 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한 세월이 가는 것이다
불포화지방산이 산화하면 군내 나는 여생을 살게 마련인데
샤워한다고, 향수를 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냄새가
아니다, 그건 숙명이다
애썼다, 토닥여 줄 사안도 아닌 이상
우린 엮인 굴비처럼
가스실로 통하는 비상구에
들어가는 것처럼
내 존재와 이별해야 한다
일생을 사는 동안
웃고 사랑하던 나는
어디 있는가
어디쯤 가고 있는가
生이 몰락해가는 그 어느 지점에서도 존재는 숭고한 법
위대하다고 애써 자위한다
궤변조차 안쓰러운 노인들의 나라는 아무 곳에도 없다
짜증 날 때 소설의 뒤편부터 읽어 올라오는 궤적은 괜한 고집이다
반항할 때마다 느는 주름만큼이나 추려한 입성으로
노을만큼이나 붉었던 색의 향연은 이미 죽었다
추려함을 인정하자
어느 소설가의 입담처럼
다독이고 위로하고 싶은
오늘
슬퍼말고 죽는 날까지
변두리 모퉁이에서 고요히 살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