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되도 않는 소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4. 17. 13:08

 

 

되도 않는 소리

 


되지도 않는 소리만 지껄이다
돌아와 눕는 저녁
오늘도 실없는 하루를 살고 말았구나
그 후회를 수십 년 하며 살다 보니 어느새 광대를 닮아 버렸다

구봉서 선생이 롤모델이었던
내 인생은 길을 잃고 헤매다 샛길 삼천포로 빠졌다
웃기는 게 좋아서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는데
그 광대가 되는 길을 알 길이 없어 이리저리 헤매만 다녔다
유랑극단 따라다니며 개고생 해야 딴따라가 된다는 것을

인생극장을 보고 알았다
그전에는 그걸 몰랐다

그래서 속없는 소리, 객쩍은 소리를 달고 살다 보니

실없는 놈이 되고 말았다
웃기는 인생이 되고 싶었는데
턱도 아닌
시인, 화가라니
지나가는 동네 개가 웃겠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떠밀려 흘러가다 보니 그리 됐다

다시 태어나면 딴따라가 되고 싶다
유랑극단 꽁무니 쫒았다니며
개고생 하더라도
코미디언이 될 거다
구봉서 선생처럼 평생 맥락 없는 소리 하며 살아 볼 테다
속으로 울고, 겉으로 웃는 인생이 뭔지 알아봐야겠다
되도않는 소리 하다 맞아 죽더라도
코미디 그거 한번 해보고 싶다
되지도 않는 소리라도 그거 한번 해보고 싶다
실없이 살다 맥락 없이 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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