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귀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4. 29. 10:56

 

 

가끔은 하늘을 보자ᆢ
라고 누군가 말했지만
전철 안에서, 빌딩 숲에서, 사무실에서, 공장에서,
하늘을 쳐다볼 여유란 없다
땅만 보고 걸어서 도대체 하늘은 어디 있는지 잊은 지 오래다
자라목이 되고
노안이 오고
죽도록 일하고 돌아오는 저녁
골목길 라일락 향기가
짙어가는 봄을 알려준다

오늘은 일부러 세정거장 전에 내려 천변을 걷는다
수은등 불빛이 은은한 천변에 긴 그림자를 그린다
하늘은 검고, 강도 검고,
배도 고프다

가끔은 하늘을 우러러보자고
다짐했지만
하늘은 보이지 않는다
검은 하늘만 떠 있다
마음을 덥혀줄 노란 수은등이 아직도 남아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겁다
때로는 삶의 무게가 천산 같다

그래도 집으로 가야지
쉴 곳은 그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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