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썰물 자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6. 10. 19:58

 

 

 

썰물 자리

 


깊이 파인 고랑 사이로 빠져나간 마음자리에
드립 커피 한잔 곱게 내려놓고
긴 호흡을 한다
모두 제 갈길로 떠나가고
남은 시공이 허허롭고 무참하고 고즈녘하다

사람은 그렇게 천천히 저녁 썰물처럼 혼자가 되어가는 거다
인생공부 다 하고 나면 스님 면벽하듯이 훈장처럼 문신이 새겨진다
저 깊은 고랑 뻘 밭처럼
오래된 나무처럼
식은 커피잔처럼
태고의 벽화를 그리는 거다

그렇게
고요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조용해지려 하는 것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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