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초승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1. 26. 06:47

 

 

 


초승달

 


가을날에는 야생의 내음이 있다
구절초, 뒹구는 낙엽, 건초더미, 들국화, 싸늘한 바람

냉동고에서 여름에 보관한 봉숭아 다진 걸 꺼내
새끼손가락 물을 들인다
이미 들인 봉숭아 물은 초승달처럼 손톱 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가식이 없는 순수한 소리들을 모아 가슴에 심는다
삶이란 어차피 모순덩어리와 불협화음으로 뭉쳐진 것이라고 말한 자와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의 내면은 평화로워진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슬픈 세상에 기쁜 말들은 뭘까
삶은 늘 그 자리에서 날
바라보고만 있다

밖으로 찬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며 지나가고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지금도 나는 날 유기하고 있다

세상에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이라는데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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