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울면 뭐하랴
다 지나간 세월
돌이킬 것도 없다
그냥 앉아있다
먼 곳을 바라보며 있다
밀물이 발목을 적시더라도
갈매기 나르는 곳 저 편이 포구
주막에 등 켜지면 저녁
어귀에 그렇게 앉아있다
세월이 갔다
나도 따라 흘러갔다
고춧대 세운
까마귀 우는 들판으로 무서리 내리고
갈기갈기 찢기 운 소매자락 펄럭이며
겨울 허수아비가 운다
세월아 네월아 붙잡지 마라
이제 너보다 내가 앞서 가리니
너는 천천히 따라오려무나
침묵하려무나
울지 마라
자꾸 울면
흘릴 눈물조차 마르고 목울대마저 아프려니
낙엽 한 장이 날 따라 버스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