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낙엽 한 장이 날 따라 버스를 탔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1. 23. 15:53

 

 



울지 마라

 


울면 뭐하랴
다 지나간 세월
돌이킬 것도 없다

그냥 앉아있다
먼 곳을 바라보며 있다
밀물이 발목을 적시더라도
갈매기 나르는 곳 저 편이 포구
주막에 등 켜지면 저녁
어귀에 그렇게 앉아있다

세월이 갔다
나도 따라 흘러갔다
고춧대 세운
까마귀 우는 들판으로 무서리 내리고
갈기갈기 찢기 운 소매자락 펄럭이며
겨울 허수아비가 운다

세월아 네월아 붙잡지 마라
이제 너보다 내가 앞서 가리니
너는 천천히 따라오려무나
침묵하려무나

울지 마라
자꾸 울면
흘릴 눈물조차 마르고 목울대마저 아프려니

낙엽 한 장이 날 따라 버스를 탔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승달  (0) 2021.11.26
거미집  (0) 2021.11.24
  (0) 2021.11.22
돈나무  (0) 2021.11.21
터미널  (0) 202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