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겨울 속으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1. 14. 23:44

 

 

 

겨울 속으로

 


냉전의 시대
냉설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눈 사슴이 서 있는 곳에
폭설이 퍼붓고
눈 속에 묻혀 한 겨울 보내고 나면
개나리 목련이 피고 지고
감꽃 향기 지천이고
라일락 진 자리 다시 서설이 내린다
한 시절, 두 시절 보내고 나면
온통 겨울처럼 흰빛 세상도
나이가 든다

한계령 이든
은비령 이든
그 겨울만 같아라
은자당 주인마님 섬섬옥수로 빚어낸 버선코처럼
처마에 고드름 주렁주렁 달리고

겨울 매서운 바람
태백 준령 타고 동해로 나가
먼 겨울 밤바다 명태 잡이 배
불을 밝히고
만선 깃발 펄럭이는 겨울바다
아, 다신 돌아올 줄 모르는
그리운 겨울 동면이여
가슴속을 파고드는 여인의 겨울 정수리여
모두 싸늘하게 식었구나

내 마음 그 겨울, 그 그리움
필레 밤 약수터에서 천년 별무리를 올려다본다
겨울이 쏟아져 우박 알갱이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순임아, 너는 잘 있느냐
묻는 너도 그 겨울 모퉁이를 기억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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