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 내리는 바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1. 15. 22:25

 

 

 

비 내리는 바다

 


비 내리는 바다 앞에 서 본 적이 있는가
억장이 무너져 내릴 때
부서지는 파도 앞에 서 보라
비 맞은 새처럼 울어보라

포구를 삼키는 커다란 파랑이 폭우와 손잡고 괴물처럼 달려들 때
그 속으로 들어가 보라
바닷속은 안온하다
그럼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바람 불고 비 내리는 바다는 오히려 온화하다
끝없는 밀물이 다소 애처로울 뿐이다
사람의 속은 변덕이 많다
종재기 만한 속이 어찌 거대한 바닷속을 알 수가 있을까
그래서 바다 앞에 서는 거다

비가 내린다
바람이 분다
포구가 운다
새가 추락한다
수평선이 죽었다
배가 뒤집힐 듯 출렁인다
그리고 다 사라진다

출렁일 때 바다에 간다
비 내리는 바다에 서면 죽음이
살아난다
만사가 무의미해지면
그렇게 다시 살아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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