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오후 / 나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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彼我가 사라졌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9. 2. 09:15
장가 안 간 아들이 요즘 純해졌습니다
예전에 곧잘 대들기도 하더니
요즘엔 전에 안 하던 눈치를 슬슬 봅니다
아비가 늙어 보여
측은하고 불쌍해 보이는 모양입니다
나는 오히려 싫습니다
의견이 안 맞으면 옛날처럼 싸우고 싶습니다
그런데 얘가 요즘은 무조건 꽁지를 내리고 피합니다
내가 말 같지 않은 고리타분한 말만 하니까
체념하고 마는 겁니다
노인네 취급하는 거지요
꼰대 취급하는 겁니다
빗길에 조심해서 다녀라
계단 조심해라
더운데 나다니지 마라
어디 아픈데 없냐
있으면 바로 말해주던지 병원을 가라
뭐 먹고 싶은 건 없냐
뭐 사다 줄 건 없냐
용돈 부족하면 말해라
마치 애 다루듯 한다
이젠 퇴물이다
싸움 상대도 안 되는 노땅이 되었구나
그래 너도 곧 나처럼 늙을 테니 앞날을 보는 듯할 거다
늙어버린 아비가 애처로운 거다
이젠 싸울 일도 없어졌다
피해버리니까 싸움이 안되는 거다
彼我가 없어져 버린 거다
그래ᆢ
꼰대 소리 안 들으려면 내가 젊은것들에게 맞춰가며 살아야지
그게 남은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갈 생존 방법이다
아들아 짐이 되어가니 미안하다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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