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오후 / 나의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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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9. 1. 00:03
바람이 분다
단풍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건조대 빨래가 흔들리고
마음이 바람 껍질처럼 흔들린다
새의 날개도 흔들린다
하늘이 흔들릴 즈음
구름도 흔들린다
사막 매가 추락하고
바람만 제 품에서 굳건하다
바람은 제 몸을 흔들 줄 모른다
저녁 식탁
닭볶음 탕에서 날개가 퍼득거린다
그러자 내 등에서 날개가 솟아났다
그리고 토마토 돼지 앞다리살 스튜에서 돼지가 꿀꿀 울음을 울었다
그리고 밤이 흔들렸다
날아서
바람처럼 벗어나야 안다
흔든 자리마다 흥건한 상처가 얼룩져 있음을
그렇게 바람이 분다
제 가지에 날개가 부러져
날지 못하는 바람이 운다
바람이 조각해 놓은 많은 것들이
제 몸에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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