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떤 生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9. 5. 09:07

 

 

봄이 무너져 내리고
여름이 무너지고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이 무너져 내리면
겨울이 오겠지요
겨울은 부디 견고하길 소망합니다
겨울마저 무너져 내리면
갈 곳이 없습니다

축대가 무너져 내리는 일
산사태가 나는 일
바다가 범람하는 일
산불이 나는 일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일
모두가 재앙입니다
잊혀진 계절이 지나가고
폭풍의 계절이 오는 일은 무참한 일입니다

무너져 갈 곳을 잃으면
바람이 되고 흙먼지가 되지요
화장터 높은 굴뚝 너머로 영혼이 날아갑니다
태안반도 골짜기 수목장 소나무 등걸에는 푸른 이끼가 돋아 납니다
윤회의 수레바퀴가 덜그럭거리며 돌아갑니다

사람의 生이 번거롭습니다
꽁꽁 언 겨울에도
손톱 발톱 꽃물을 들이려고 
이 아침 봉숭아 선홍빛 꽃잎을 땁니다 
폭풍이 몰려와도 꽃잎을 땁니다
태풍의 바람이 세 찹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시경  (0) 2022.09.07
암전, 밤이 내게 말하다  (0) 2022.09.06
忘症  (0) 2022.09.04
늦은 꽃물  (1) 2022.09.03
彼我가 사라졌다  (0) 202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