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시경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2. 9. 7. 23:12

 


일 년 전에 의료보험공단용 신체검사를 하면서 위와 대장 내시경을 하게 됐다
위는 2년에 한 번, 대장은 검사한 지 5년이 넘어서 하는 김에 두 장기를 한 번에 검사하기로 했었다
전에 마취를 하지 않고 위 내시경을 해봤는데 많이 괴로워서 수면 내시경으로 진행했다
검사 결과 위에서 하나 대장에서 8개 용종이 발견돼 절제했다고 의사가 말했다
조직검사 결과 그중에 질이 안 좋은 용종이 3개가 있음이 추가로 밝혀졌다
담당의는 앞으로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해야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나는 그 지시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새 일 년이 지나가서 
삼 일 후 내시경 검사를 받는  예약일이 다가오고 있다
추가로 복부 초음파 검사도 병행하기로 했다
콩팥의 이상 유무를 관찰해 보기로 했다
내장 기관들이 일 년 동안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 수가 없다
무탈하게 잘 계신지 아니면 또다시 새로운 용종들이 생겨났는지 검사를 해봐야 알겠다
매 해 이렇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심히 불편하다

나이가 들면 신체의 모든 기관이 노쇠해져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오래된 자동차의 내연기관과 다름없다
오래 쓰면 부품들이 노화돼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결국 자동차처럼 수리하고 부품 교체하며 살아가야 하다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 의학은 백세 시대를 여는 쾌거를 기록했고
앞으로는 더 눈부신 발전으로 백오십, 이백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가

3일 전부터는 깨, 고춧가루, 김, 미역, 잡곡을 먹지 말라고 권고했는데
하필 오늘 먹지 않던 미역국을 무심코 끓여 먹었다
장 청소를 하려면 내일부터는 음식 조심을 해야겠다

산다는 게 
연명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자꾸 억지로 늘려가는 것 같아서 곤혹스럽다
몸은 유통기한을 다해 가는데 
정신이 말짱하니 그게 문제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아픈 것은 두렵다

오늘 아침까지 6시간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텅 빈 채로 별 수없이 속 보이러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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