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기 차서 외로운 저녁
밤 자전거 한대 공원길을 산책하고
사람들은 말없이 걷는다
깊어가는 밤하늘로
비행기 한대 섬 쪽으로 날아가고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할 일없어 음악을 듣는다
하늘엔 별도 없고 달도 없다
어둠이 장막을 드리운 듯 깜깜하다
돌아가야 하는데
집 없는 사람처럼 그저 앉아있다
바이올린 소리가 서글피 우는 소리를 낸다
습기가 차다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가 코 앞이다
절기는 여지없이 오는데 사람은 절기 따라가고
오고 감이 따로 없는 계절이다
아무도 없어 좋다
다들 산책을 마치고 연속극 보러 들어갔다
전광판에 표시된 습기는 58%
나만 습기는 없다
부서지며 바스락 거리는 소리뿐
달그락 거리는 소리뿐
가을밤 깊어가는 소리뿐
늦은 밤
찻집도 문 닫고
24시간 CU편의점에서 원플러스 원 하는 원두 한잔 뽑아 들고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