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마리가 온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3. 2. 19. 22:35



몽촌토성 소마 미술관 프라다 칼로전 앞 뜰에서 마리를 만났다

카스에 올려 놓은 그녀의 비구상 작품은 수준급이다
자신만의 색채와 구성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어떤 작가이든 자작품의 완벽한 완성은 불가능하다
완벽에 가까워 지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끝내 그 완성을 이루지 못하고 붓을 놓는다

마리는 그림처럼 완벽하고 아름답다
스피츠를 닮아서 청아하고 단아하다
그의 그림도 그와 닮았다

화가들은 영혼이 자유롭다
주위에 연연하지 않으며 눈치따윈 보지 않는다
혼자서도 잘 논다
그림 놀이가 있으니까

나도 자유롭게 산다
혼자서도 잘 논다
조그만 작업실에 시와 그림이 함께 있으니까

한 달에 한 번은 여행을 다닌다
낯선 곳의 낯섦을 좋아하고 즐긴다

기차와 배와 비행기와 낙타와 코끼리와 원숭이와 콘도르와 맹그로브 숲과 바오바브 나무와 사막과 석양과 신기루와 악어와 오아시스와 새벽안개를 좋아한다
특히 오지마을 아이들의 미소를 좋아한다

마리와 나는 차 한잔 나누지 못한 사이지만
늘 동경하고 존경한다

이제 비행기 타러 나갈 시간이다
남지나해 옥빛 바다에 누우러 나서는 길이다
노을을 그리러 간다

맹그로브 숲에서
왠지 또 마리를 조우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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